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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찰일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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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신발이 편하다는 말이 불편했다. 아빠의 신발을 고르는 일은, 발보다 마음에 맞춰가는 일이었다 낡은 나이키 한 켤레에서 시작된 의심 낡은 나이키 운동화. 이상하게 발 안쪽만 유난히 닳아 있었고, 밑창은 눌러있었다.그때부터 아빠의 발걸음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기 시작했다.한 번도 발이 아프다고 말한 적도, 신발을 바꿔달라고 한 적도 없는 아빠. "이게 편하다"는 말만 반복했다.그런데 그날 따라 아빠의 걸음걸이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. 걷는 모습에서 알게 된 단서 다음 날, 나는 뒤에서 아빠 걸음걸이를 몰래 영상으로 찍었다. 눈에 띄게 뒤꿈치가 아닌 옆면이 안쪽으로 눌려 있었고 걷는 모양도 엉성했다. 이상하다고 느꼈던 건 감이 아니라 관찰이 맞았다. 신발 사이즈, 그게 다가 아니었다. 아빠는 키 185cm, 팔 다리가 길고 마른 편이지만..
“괜찮다“는 말 뒤에 숨어 있는 것들. 다시 돌아온 집, 그리고 다시 보이는 장면들밥솥 아래 화분받침대 하나로,“괜찮다 “ 뒤에 숨겨졌던 불편함이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.이혼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을 때,이상하게 낯설었다.내가 결혼하고 집을 떠난 사이,부모님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셨기 때문구조는 비슷하지만벽지와 바닥, 가구 배치가 달라지면서익숙하면서도 조금 낯선 느낌이었다. 새벽녘, 새로 짠 싱크대 앞에서 엄마는 여전히 똑같이 밥을 하셨고,식탁은 새 걸로 바뀌었지만그곳에 앉아 있는 아빠의 자세는 그대로였다.분명 공간은 달라졌는데..그 안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날 대해준다.그래서인지 더더욱,나만 혼자 이 집에 어색하게 끼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. 이방인이 된 이후로 어색한 이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구석구석 관찰하기 시작했다. 그때부터였던 것..